영화 '사이에서'  / '앨 고어'의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 포스터




최근 개봉작 늘고 일부 흥행에도 성공

소재 따라 희비 엇갈려…관객과 만날 기회 태부족

"'사이에서'는 좋겠어요. 흥행에 성공했으니까요."

이는 지난해부터 '다큐 IN 나다'라는 이름으로 다큐멘터리 정규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영화사 동숭아트센터 한 직원의 말이다.

최근 이렇다 할 성인대상 다큐멘터리 흥행작이 없는 상황에서 '사이에서'의 흥행은 다큐멘터리를 개봉하는 영화사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9일 CGV상암ㆍ강변ㆍ용산ㆍ인천ㆍ서면 등 전국 5개 상영관에서 개봉한 '사이에서'는 18일까지 1만3천642명의 관객을 모았다. 열흘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CGV는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14일부터 CGV구로ㆍ오리 두 개관을 더 늘려 '사이에서' 상영관을 7개 관으로 늘렸다.

그러나 이런 흥행 성공은 모든 다큐멘터리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사이에서'가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흥행에 성공했다고도 볼 수 없다.

CGV인디영화관 강세아 프로그래머는 "'사이에서'가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성공 비결은 무당의 삶을 다룬 특이한 소재와 작품의 완성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지만 '사이에서'의 흥행이 한국 다큐멘터리도 나름대로 독특한 재미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관객에게 인지시켜 준 계기라는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다큐멘터리 5편 잇따라 개봉

그러나 다큐멘터리는 여전히 국내 영화가에서는 인기 없는 장르다. '영매'(2003년), '송환'(2004년) 등 히트작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 '송환'과 '영매'는 각각 2만4천 명, 1만1천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보다 관객 동원력이 더 큰 다큐멘터리는 어린이를 타깃으로 여름방학 개봉된 자연 다큐멘터리. 2005년 8월 전국 80개 극장에서 개봉한 '펭귄-위대한 모험'은 8만5천 명의 관객을 모았다. 올해 7월 선보인 '얼음왕국-북극의 여름 이야기'는 전국 115개 극장에서 6만 8천여 명이 봤다.

두 영화를 수입한 유레카픽쳐스의 강재규 팀장은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한 교육용 다큐멘터리는 고정관객이 있다는 판단이 서지만 성인 다큐멘터리의 경우에는 대규모 개봉이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얼음왕국-북극의 여름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다큐멘터리 히트작이 없는 가운데 올 하반기에 잇따라 5편의 다큐멘터리가 개봉돼 눈길을 끈다.

이미 흥행에 가속도가 붙은 '사이에서'와 14일 개봉된 음악 다큐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환경 다큐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이 관객과 만나고 있다.

11월에는 지난해 여성영화제 사전지원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옥랑상'을 수상한 '우리들은 정의파다'와 '쇼킹 패밀리'가 개봉될 예정이다.

영국의 전통 있는 음악축제 글래스톤베리의 35년 역사를 담은 '글래스톤베리'는 일주일간 강남구 신사동 스폰지하우스(압구정)에서 상영된다.

영화사 스폰지의 이지혜 부장은 "17일까지 4일간 스폰지하우스(압구정)에서 단관(80석 규모) 개봉해 437명을 관객을 모았다"면서 "평일 3회, 주말 5회 상영한 결과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4월 스폰지하우스(압구정) 개관 이후 가장 좋은 성적.

앨 고어를 내세운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은 흥행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다. 메가박스 코엑스ㆍ목동, 서울극장, CGV인천, 롯데시네마 서면 등 전국 7개 관에서 상영 중인 이 영화는 17일까지 서울 1천400명, 전국 1천800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소재에 따라 흥행 희비 엇갈려

국내에서 다큐멘터리의 흥행은 소재가 80~90%는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국인이 많이 본 다큐멘터리는 북한ㆍ무당 등으로 한정돼 있다. 또한 방학 시즌 개봉되는 어린이 대상 자연다큐멘터리는 교육용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관객 만 명 신화'의 '송환'은 비전향 장기수의 문제를, '영매'는 진도 씻김굿 전수자들의 삶을 다뤘다. 나쁘지 않은 흥행성적을 낸 '천리마 축구단'과 '어떤 나라' 역시 북한을 다룬 작품이다.

이 같은 경향은 최근에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 히트작 '사이에서'는 무녀 이해경 씨의 삶을 6개월간 좇은 프로그램이다. 올해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의 최고 흥행작은 '프렌즈 오브 김(Friends of Kim)'. 이 작품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지지하는 유럽의 시민단체 회원들과 미국 ABC 기자가 함께 한 방북기다. 1.7%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북한 노동자의 하루' '국경으로 돌아가다' 등 또 다른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도 EBS 국제다큐멘터 리페스티벌의 인기작품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들 이외의 작품은 흥행성적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지난해 봄 '하이퍼텍 나다'에서 개봉한 '봄이 오면'과 '엄마'는 2주간 상영했지만 관객은 50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4월 개봉작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와 '꿈꾸는 카메라:사창가에서 태어나'는 할리우드 여배우 등을 내세워 흥행을 타진한 비교적 소프트한 다큐멘터리였지만 결과는 기대에 어긋났다.

동숭아트센터 박지예 영상사업팀장은 "다큐멘터리는 어떤 소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흥행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라면서 "그렇다고 그런 소재만을 골라 상영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저희를 포함한 다큐영화 개봉 영화사들은 흥행 가능성보다는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다큐멘터리를 개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큐 보급 힘쓰는 인디다큐 페스티벌ㆍEBS 국제다큐 페스티벌

다큐멘터리 보급에 힘쓰는 대표적인 행사로는 한국독립영화협회 다큐멘터리분과에서 진행하는 인디다큐 페스티벌과 EBS 국제다큐 페스티벌을 꼽을 수 있다. 인디다큐 페스티벌은 올해 6회, EBS 국제다큐 페스티벌은 3회를 맞았다.

인디다큐 페스티벌은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의 다큐멘터리만을 위한 영화제. 2001년부터 해마다 10월 말~11월 초 열린다. 매년 30~40편의 국내외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인디다큐 페스티벌 홍수영 운영팀장은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다큐멘터리 중 내용ㆍ완성도 면에서 일정 수준에 이른 작품은 모두 상영한다는 원칙으로 페스티벌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큐멘터리는 TV 영화소개 프로그램 등에서 외면받고 일간지 등에서도 극영화보다 비중이 작다"면서 "다큐멘터리가 외면받는 것은 작품의 퀄리티 때문이 아니라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04년부터 매년 국내외 다큐멘터리를 소개하고 있는 EBS 국제다큐 페스티벌도 다큐멘터리 보급에 힘쓰는 대표적인 행사.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TV로 옮겨온 형태다. 매년 7~8월에 진행되는 이 행사는 80~90편의 국내외 다큐멘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다큐멘터리가 상영작의 중심이 된다.

형건 사무국장은 "페스티벌이 진행되는 일주일 동안 어린이 프로그램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있다"면서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적 책임에 입각해 행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


출처 : 연합뉴스 2006.09.20